(디즈니 주식은 없지만 디즈니 광팬인 한국인 여자의 굉장히 편향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무조건 좋다고 할 예정이니 참고하고 보세요.)
* 둘째 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모아나! 모아나를 그녀의 집착이 시작되다.
유치원생인 둘째 딸에게 영어를 들려주기 위해 모아나1을 보여줬었다. 둘째는 모아나1을 매일 2번~3번씩 보여 달라고 요구했고, 지금까지 20번 이상 본 것 같다.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로서 모아나1을 부담 없이 보았다. 영화 시청 후 아이는 모아나1의 해피엔딩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했었다. 테파와 테피티의 관계에 대해 아이는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 드디어 모아나2 개봉
디즈니플러스 오픈을 기다렸으나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ott에서 결제했다.
모아나2가 개봉한 날 우리는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관에 갔다. 태어난 지 4년 된 둘째딸은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하여 모아나2를 봤다. 둘째 딸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또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모아나2 더빙판을 보러 극장으로 향했다. 모아나1을 20번 넘게 본지라 우리는 모아나가 마치 우리의 이야기가 된 것처럼 몰입하여 봤다. 모아나2를 또 보러 가잔 말에 우린 3번째는 어렵다며 디즈니플러스 업데이트를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애플티비, 지니티비에 올라온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12,000원을 결제했다. 지금까지도 매일 1편씩 보고 있으므로 12,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셈이다. ott결제를 싫어하는 남편까지 모아나2 vod 결제를 적극 찬성했다.
* 모아나 덕후의 눈물 포인트 1
모아나가 새로운 모험을 떠날 때
모아나1에서 눈물 포인트는 할머니가 떠날 때였다. (물론 그 이후로 할머니는 신비한 모습으로 계속 나타난다) 모아나2에서는 초반부터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몇 방울 맺힌 정도가 아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항해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나는 첫 번째 눈물을 흘렸다. 부족 사람들 모두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모아나와 모아나 일행의 여정을 응원하는데, 나는 여기서 일종의 비장감을 느꼈다.
한동안 부족민들의 송별식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영화의 배경이 된 사모아를 검색하게 되었고, 이 영화를 위해 제작진들이 문화적 고증을 꼼꼼하게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면 사모아 부족의 전통이 녹아 있는 장면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모아나의 배경이 된 섬을 가보고 싶다는 열망까지 생기게 되었다.
1편에서 모아나가 암초를 뛰어넘어 더 넒은 바다로 나가는 성장을 보여줬다면, 2편의 모아나는 개인적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운명을 위해 모험을 떠나는 개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락함을 깨뜨리고 알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기 전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이후의 모험에 더욱 집중하게 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부족의 응원가는 그녀의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닻의 역할을 해 준다. 노래의 뜻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까지 그 뜻을 찾지 못했다.
모아나 덕후의 눈물 포인트 2
모아나의 친구들이 용기를 낼 때
한국의 유명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영화 관람평들을 보면 1편보다 재미없다는 평이 많았다. 모아나3을 향한 징검다리 역할의 영화 같다는 평도 있었다. 그 중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관람평이 있었는데, 서브 인물의 역할이 미미하고 빌런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나는 모두의 관람평을 존중한다. 나의 두 번째 눈물 포인트는 모아나와 모험을 떠난 사람들의 도전이다. 초자연적인 힘이 아예 없고, 나약한 인간들만 모여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 모아나는 이 영화의 메시지가 되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리고 모아나의 친구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대단한 용기를 낸다. 나는 이 장면에서 리더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한국은 리더십의 부재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리더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용기와 희생을 보여주는 사람 아닐까.
힘은 세지만 어리숙한 사람, 똑똑하지만 유연하지 못한 사람, 나이 들고 약한 데다 소극적인 사람,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은 동물들, 인간보다 더 무술에 능한 작은 코코넛까지. 서브 인물들은 도무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관전을 넘어서 스스로를 어두운 바다에, 불확실한 상황에 내던진다. 그리고 모두의 마음이 하나의 꿈과 목표로 모일 때, 예상치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오고 힘이 나온다. 연대의 힘을 목격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 나왔다. 이번에는 흐르지는 않았다.
모아나 덕후의 눈물 포인트 3
마우이와 모아나의 우정, 그리고 알 수 없는 노래
어쩌면 디즈니스러운 장면이었는데 나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마우이가 쓰러진 모아나를 붙잡고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데 마치 영혼을 부르는 노래 같기도 하고, 친구를 떠나보낼 때 불러주는 노래 같기도 하다. 아직도 그 노래의 뜻을 알지 못해 답답하다. 둘째딸은 지금도 옆에서 ‘오에오에’ 노래를 검색해보라고 재촉한다.
대사의 반절 이상이 농담과 잘난 척인 마우이의 담백한 표정을 본 순간, 마우이의 눈물을 본 순간!!! 우리 가족은 눈물을 흘렸다. (아, 아이 아빠 빼고) 주인공이 우는데 우리도 울어야 하지 않겠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랑받기 위해 애썼던 마우이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불쌍한 캐릭터인지! 마우이와 모아나가 온갖 고생을 해오며 쌓아온 우정이 생각나고, 해피엔딩일 걸 알면서도 모아나를 잃을까봐 슬퍼하는 마우이의 마음이 전해져 눈물이 흘렸다.
결론은 떠나자.
한국은 매우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평년에 비해 올라갔다곤 하지만, 한파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예전엔 삼일 따뜻하고 사일 추운 날씨였다면, 요즘은 일주일동안 영하의 추위가 이어지다가 일주일 동안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파 아니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겨울, 모아나가 거니는 아름다운 섬이 그립다. 고운 모래, 에메랄드 빛 바다, 선명한 색깔의 노을, 그리고 맥주까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거다. 우린 그 곳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방송국에서 일하는 남편은 더운 나라에 가서 에어컨 설치 기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진심일지도 모른다. 모아나3을 기다리며 모아나2를 오늘도 보고 있는 오후.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고 어서 학교와 유치원에 복귀했으면 좋겠다.